만우절인 4월 1일은 오서방과 돌발이의 생일이기도 하다.




오서방과 돌발이의 엄마는 '순이'라는 고양이였다.

순이는 언젠가부터 남자친구 집에 들락거리며 숙식을 해결하던 길 고양이였는데,
그다지 붙임성 있는 성격이 아니었음에도 나를 참 잘 따랐던 것 같다.

내가 집에 돌아갈 때면 자다가도 골목 끝까지 따라나와
야옹 거리며 나를 배웅하곤 했으니까.

그렇게 1년 남짓 동안 함께 지내다
자유롭게 풀어 기르는 고양이 대부분이 그러하듯
언젠가부터 돌아오지 않았다.

오랜 기다림 끝에 드디어 순이를 완전히 잃었음을 깨달았을 때,
난 뼈저리게 후회했다.

그때 내가 좀 더 고양이에 대해 많이 알았다면,
좀 더 용기를 내서 빨리 결단을 내리고 순이를 완전한 집 고양이로 만들었다면
지금 순이는 내 곁에 있을 텐데.

하긴, 내가 그런 식으로 잃은 것들이 어디 순이뿐이겠는가.







 

 



 
커다란 밤색 줄무늬 고양이.
짙은 아이라인과 작은 주둥이, 길고 탐스러운 꼬리를 가진,

늘 당당하고 우아한 몸짓이었지만
어느 날 무안한 듯 뒤통수를 보이며 내 무릎에
슬그머니 올라와 앉아 나를 깜짝 놀라게 했던 고양이.



순이는 내가 처음으로 마음을 준 내 생의 첫 '내' 고양이였고 
내가 지키지 못한 첫 번 째 고양이였다.



순이는 내 마음속
아름다운 고양이의 원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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