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석도 끝물

사진 2010.09.23 20:54









어제는 일찍 잠이 들었다가 

새벽 네시쯤 오서방의 칭얼거림에 잠이 깨서 

사료라도 부어주려고 일어났더니 옆방이 훤하다.

비몽사몽 창밖을 내다 보니 불이 모두 꺼진 고요한 동네 위에

밝은 추석 달이 덩그러니 떠 있다.


이렇게 비가 퍼붓는 추석도 처음이라

달을 볼 수 있을 거란 기대는 하지도 않았기에

뜻밖의 행운처럼 여겨졌다.


가을 하늘의 맑음은 특출나서

매달 오는 보름이지만 달의 빛과 모양이 예사롭지 않은 것 같다.


그런 달을 보고 있으려니 애초에 옛날 사람들은

단지 이런 계절의 달이 가진 아름다움을 찬양하고 싶어서 

추석을 만들었을 거라는 순진한 상상을 하게 됐다.


순수한 열망으로 가득한 축제였던 추석이

지금은 어떻게 변모해 버렸는지는 생각하기도 끔찍한 일이다.


이번 추석도

가족이란 굴레 안에서

의무를 지켜야 했던 자의 피곤과

의무를 지키지 못한 자의 불안은

사람들의 유전자에 또다시 상처를 남겼겠지.


어쨌든

이제 추석도 끝물이다.

잠시, 추석이란 명절이 

둥글고 오래도록 떠있는 달을 바라보며

가족이나 조상이 아닌,

힘겨운 여름을 버텨낸 자기 자신에게 감사하는 날이 되기를 바래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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