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선한 생닭 날개의 모서리에 붙어있는 지방을 가위로 도려서 떼어내면 닭 껍질이 살로부터 벌어진 곳이 생기는데, 이 부위를 잡아당겨 껍질을 분리해서 먼저 떼어낸 지방과 함께 버린다. 닭 날개는 두 개의 큰 뼈가 십 일자로 붙어있는 구조라서 두 뼈 사이에 가윗날을 넣어 뼈를 따라 자르면 두 덩이로 분리할 수 있다. 잘 드는 작은 칼을 이용해 각각의 뼈에 붙어있는 살코기를 긁어내고 다시 가위로 뼈의 양쪽 끝에 있는 연골까지 말끔히 잘라낸 뒤, 남은 큰 뼈는 버리고 연골과 살코기를 함께 칼로 잘게 다진다. 오서방은 아주 작은 크기라도 덩어리진 고기나 뼈는 잘 안 먹으니까 다진 고기와 연골을 한 번 더 믹서기에 갈아준다. 곤죽이 된 닭고기를 그릇에 나눠 담아 냉동실에 넣고 도마와 칼에 남은 기름기와 피를 깨끗이 닦는다.


 나는 고기를 먹지 않지만, 고양이라는 육식동물을 기르는 탓에 적어도 이삼일에 한 번은 이렇게 닭의 몸속 뼈와 근육의 섬유질 사이사이를 칼로 온통 헤집고 다녀야 한다. 손에는 닭의 피와 미끌거리는 즙을 묻힌 채. 이런 나를 과연 채식주의자라고 부를 수 있나? 채식주의자이지만 정육점을 운영하는 것과 다를 바 없는 모순이다. 심지어 내가 준비한 생고기 식단을 찹찹거리며 맛있게 먹어줄 오서방을 떠올리며 흐뭇한 마음이 들기까지 하니 말이다.


 자신은 비건이지만 가족의 생계를 위해 바다에 나가 고기를 잡는 어부나, 자신은 채식주의자이지만 자식들의 밥상을 차릴 때마다 고기의 살점을 자르고 주물러야 하는 주부…. 이런 것들을 떠올릴 때면 나는 조금 슬퍼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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