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은 진달래로 시작해서 철쭉으로 끝난다.

 

나는 진달래를 사랑했지만, 철쭉은 증오했다. 꽃을 좋아하고 싫어하는 데에 무슨 대단한 이유가 있을까. 나는 철쭉의 야한 색깔과 강박이지 싶을 정도로 동네 화단마다 무리 지어 심어져 있는 흔해 빠짐이 그저 싫었다.

올해도 어김없이 모가지가 잘려 땅에 뚝뚝 떨어지며 시들고 있는 철쭉꽃을 본다. 나는 안다. 내가 사랑해 마지않는 진달래가 실은 이 혐오스러운 철쭉과 똑같이 생겼음을. 봄의 수미쌍관, 진달래와 철쭉은 하등 다를 바가 없다.

그리고 또한 나는 안다. 4 16, 천진난만한 수백의 어린 영혼들을 어른들의 더러운 뒷거래로 오염된 깊은 물에 생매장시킨 자들의 얼굴이 기실 나의 얼굴이었음을. 내가 그들을 죽였다.

나는 천성이 모질지 못해서 다른 이의 잘잘못을 따지는 데 철저하지 못할지도 모르겠다. 허나 그것이 나의 또 다른 추악한 몰골에 지나지 않는다면, 썩은 부위를 도려내듯 나는 나를 처벌하는데 주저하지 않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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