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구나 각자의 속도로 삶을 살아간다.

그 속도는 자신에게 속한 유일무이한 값이다. 어쩌면 자기 자신이라고 할 수도 있겠다. 그러니 혹시라도 누군가 당신이 가진 속도의 느리고 빠름을 탓한다면 그냥 개똥 같은 소리 말라고 해주는 수밖에 없다. 당신이 어쩔 수 있는 문제가 아니니까.

나의 줄무늬 고양이, 돌발이의 경우로 말하자면 그 속도는 느리고 또 느렸다. 길 생활에서 벗어나 집고양이로서의 느긋함을 갖추는 데에도, 첫 주인인 나 이외에 처음으로 라는 타인을 받아들이는 데에도 돌발이는 좀처럼 속도를 내지 못했다. 속도만 느린 것이 아니라 아무리 노력해 봐도 끝까지 도달하지 못하는 어떤 지점이 있었던 것 같다. 그런 느림과 모자람이 돌발이의 결함이었을까? 잘 모르겠다. 한 가지 확실한 것은 나와 당신의 생각이 어떻든 돌발이는 전혀 신경 쓰지 않았을 거라는 것이다.

 

그에게 쉽게 곁을 주지 않았던 돌발이는 유독 그의 냄새에만은 관대했다. 그가 앉아있던 의자, 그가 신었던 신발, 그가 벗어놓은 양말과 속옷에는 언제나 돌발이의 털이 콕, 콕 박혀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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