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와 함께 살기로 작정했을 때 나는 나의 고양이가 그와 금방 친해질 수 있을 거라고 기대하지 않았다. 그는 고양이에게 별로 인기 있는 타입이 아니었다. 자주 기분이 바뀌고, 갑자기 방 안을 가로지르고, 돌연히 감탄사를 내뱉는 사람이었으니까.

예상대로 고양이는 우리가 사는 좁은 방 안에서 용케 그를 잘도 피해 다녔다. 하지만 아주 가끔 기분이 내킬 때면 고양이는 기지개를 켜는 척 팔을 앞으로 쭈욱 내밀며 슬그머니 그에게 접근하기도 했는데, 그건 자고 일어나 찌뿌드드한 몸을 품과 동시에 그와의 물리적 거리를 좁히려는 두 가지 의도를 동시에 지닌 행동이었다. 그럴 때면 고양이는 짐짓 하품까지 섞으면서 시큰둥한 표정으로 이렇게 말하는 것이었다.


“지금 내가 너에게 다가왔다고 생각하는 거야? 천만에, 나는 단지 기지개를 켰을 뿐이라고!”


한 번의 기지개는 고양이의 몸을 딱 한 걸음 앞으로 전진시키니까, 나는 나의 고양이가 기지개를 한 번 켤 때마다 그와 조금씩 가까워진다고 생각하기로 했다. 비록 겉으로 봤을 때 둘의 관계에는 아무런 진전이 없었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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